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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 나의 테마
관리자
2016-06-28 16:28:00

나의 연구 나의 테마

재활의학교실 임 신영

 

2000년 8월 초 의학분업으로 전공의 파업이 한창이던 시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뉴욕을 향해 떠났다. 연수를 시작한 곳은 알버트아인쉬타인 의과대학의 소아재활센터 (Children’s Evaluation and Rehabilitation Center)로 설립 당시 케네디 家의 지원을 받아  케네디 센터라고도 불리는 곳이었다. 이곳은 “소아재활 (Pediatric Rehabilitation)”을 쓴 Dr. Gabriella Molnar가 은퇴할 때까지 재활의학과장로 있었던 곳으로 아직까지도 그녀의 흔적은 여기저기에 있었다. 현 과장에게 Dr. Molnar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고 하자 지금 자신이 앉아있는 낡은 책상, 삐걱거리는 회전 의자가 그녀가 줄담배를 피우며 늘 앉아있던 책상과 의자이고 책상 너머의 빈 화분들도 그녀의 것들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전공의 시절 Dr. Molnar의 책을 읽으며 막연히 “이런 책이 쓰여진 곳에서 공부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상념은 늘 마음 속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케네디 센터에서의 연수는 시작되었다. 신체 장애를 갖는 아동의 통합교육 (mainstreaming)에 관한 연구과제를 시작하였고 동시에 케네디 센터의 여러 임상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특히 수직 감염 (vertical transmission)에 의한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감염 아동에 대한 발달 감시 프로그램 (developmental surveillance program)에 참여하였던 것은 경험하지 못하였던 새로운 영역이었으며, 알코올, 헤로인, 코카인 등의 약물 남용 산모 (substance-abusing mother)에게서 태어난 아동에 대한 재활 감시 프로그램 또한 소아 재활의 새로운 분야였다.

 

뉴욕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되어가던 2001년 8월 서부 워싱턴주의 씨애틀로 이사하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이사로 여러 가지가 다시 복잡해졌지만 용기를 내서 미니밴을 타고 한여름의 더위를 피해 캐나다를 통해 동서 횡단을 하기로 하였다. “New York to Seattle, 2001”으로 이름 붙인 이 여행은 2년간의 연수 기간 중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부산물이었다. 씨에틀에서는 워싱톤 대학의 어린이 병원 소아과의 신경발달 프로그램 (neurodevelopmental program)에서 일하였고, 선택적 후궁 절제술 (selective dorsal rhizotomy project)과 cloacal exstrophy의 연구 과제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경직 치료 크리닉 (spasticity management clinic)을 경험하면서 뇌성마비와 같은 만성 질환에 있어 여러 관련 과의 팀 접근 (multidisciplinary team approach)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재활의학의 여러 분야 중 나의 전공 분야는 소아 재활 (pediatric rehabilitation)로 주로 신체적 장애를 갖는 아동에 대한 재활을 하는 분야이며, 다양한 선천적 원인을 고려하여 재활 (rehabilitation)이라는 용어보다는 habilitation을 선호하기도 한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뇌성마비 아동에 대한 재활과 정신 지체 아동에서 흔히 동반되는 발달 지연에 대한 재활, 그리고 조산아, 저체중아에 대한 발달 감시 (developmental surveillance) 프로그램으로 이러한 세 군의 환자가 외래 환자의 약 70-80%에 해당한다. 그리고 아동에서 발생하는 외상성 뇌 손상 혹은 뇌종양에 관한 재활, 듀센 근이영양증을 포함한 다양한 근육병과 아동에서 발생하는 신경병증에 대한 재활, 그리고 기타 근골격계질환을 갖는 아동에 대한 재활이 나머지 20-30%를 차지하고 있다. 귀국 후 이전에 보아오던 아동들을 다시 만나면서 아동의 성장과 더불어 이들의 임상 증상 자체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뇌성마비라는 운동 장애를 초래하는 뇌의 손상 자체는 진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말단의 증상은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生物)과 같다는 생각을 하며 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들의 재활 치료를 계획하는 것이 보다 나은 기능의 성취를 위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씨애틀에 머무르던 12개월 중 9개월 동안 비가 왔고 시간이 지나면서 무엇보다도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서, 길고 추었던 씨애틀의 봄이 끝날 무렵에는 달력의 날짜를 세어가면 한국에 돌아갈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하루 하루 긴장하며 살았던 우리 가족의 모습을 8000장이 넘는 사진에 담았다. 힘들기도 했지만 오래 동안 간직하고 싶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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